들어가며
누군가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순간이 있습니다. 비록 당신의 얼굴과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뒷모습을 통해 당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뒷모습을 관찰하며 느낀 감정을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뒷모습을 통해 당신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다'라는 감각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눈과 시력이 있다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됩니다.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을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그들의 아픔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그들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 막연한 생각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지 스스로가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막연한 생각만 있을 뿐, 구체적인 꿈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막연한 생각을 그만하고, 이젠 돈을 벌면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장래희망이 없는 삶
"나는 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장래희망 하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다 문득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사진 한 장을 봤습니다. 사진 속, 도티의 짧은 한마디를 보면서 이 말을 잊지 말고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꿈이 없고, 장래희망이 없다는 윤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도티에게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확고한 꿈도 물론 좋지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더 큰 무대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연했던 꿈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을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개발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제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위에는 개발자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개발자 친구들을 종종 만나게 될 때면, 대다수의 친구들의 손목에 애플 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곤 했습니다. 친구들은 종종 애플 워치가 주는 편리함과 안정감의 효용을 저에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제가 착용하고 있는 시계를 그만 버리고, 애플 워치를 사용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 또한 애플 워치를 사고 싶은 욕구가 가득 차곤 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순간이 존재합니다. 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일상 속에서 작은 불편함을 꾸준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념을 지키고 싶어서 브래들리 타임피스 시계를 4년 동안 착용하고 있습니다. 시계를 사용하면서, 정확한 현재 시간을 알 순 없었지만 매일 시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순 있었습니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까 하는 마음이 시계를 찰 때마다 들곤 했습니다.
비장애인인 저로선, 장애인의 삶에 대해 감히 어림잡아 생각하지 못합니다. 많은 부분들이 불편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불편함이 있을 수 있을까는 끝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시계를 착용하면서 짧게나마 이런 생각들을 하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 마음조차 잊어버리는 순간들이 오곤 합니다.
어둠 속의 대화
스스로를 돌보지 못할 만큼 바쁜 삶을 살아가는 도중에, 제 인생 가장 소중한 사람의 제안으로 좋은 전시회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회의 이름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로지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만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작은 불빛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나는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했고, 결과적으론 잊고 있던 제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회의 콘텐츠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며, 내가 만든 콘텐츠가 타인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 항상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며
뒷모습, 장래희망,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꾸준히 느끼고, 불편함을 잊지 않는 사람, 그리고 어둠 속의 대화. 어쩌면 이어지지 않는 글입니다. 이어지지 않는 글이어도, 제가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리되지 않은 글을 적습니다. 좋은 전시회를 보여준 소중한 제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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