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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잊고 싶지 않은 시

 

 

들어가며

가끔 왜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는가 떠올려보곤 합니다.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문제로 인해 고통을 겪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이 때로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저는 기술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의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공부를 하면서 초심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취업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들이 저를 짓누를 때도 있습니다.

 

목적을 잃어버릴 때면, 저는 길거리를 걷습니다.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제 시야에 들어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저는 때론 유명한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장사를 위해 출근하는 아주머니, 일용직 건축업을 하는 아저씨, 그들이 안전하게 일터에 갈 수 있도록 첫 차 버스를 운전하는 버스운전기사님. 세상에는 제 각기의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의 삶을 헤아리고 싶어도, 그들의 어려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들의 어려움을 비로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어려움을 모두 기록하기엔 제가 부족하기에, 기록하고 싶어도, 부족함을 깨닫고 멈추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잘 드러냅니다.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같은 방향을 보면서, 다르게 해석하는 그들의 인사이트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생각을 잃어버릴까 싶어, 이 마음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이 글을 작성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으면서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은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

 

 

 

 

누가 제게 정의가 뭐냐고 물어도 저는 진정한 법률가가 되지 못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과 다름없이 살아가시는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이 헌법이라는 우산 아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지 않으실 수 있도록 헌법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시를 말씀드립니다.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

 

 


 

 

 

 

 

 

 

마치며

누군가는 빈대떡을 먹으면서도 보통 사람들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시를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말을 잘하지도, 글을 잘 쓰지도 못합니다. 대신, 언젠가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당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끔은 목적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면, 꾸준히 새벽 시장을 걷겠습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문득 당신들의 삶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삶에서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면 이 글을 다시 꺼내 읽어보려 합니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