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배운 추상 들어가며 서세옥 작가의 이라는 작품을 보며, '추상이란 무엇인가' 고민한 흔적을 글로 적습니다. 간혹 의미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작품을 볼 때면 이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 자리를 이동하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큰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자리를 이동하려 할 때 우연히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해 보시면 해당 작품이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라는 설명을 듣고 다시 작품을 바라보니 선을 통해 사람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과 선이 이어지며 어느 부분은 선명하게 그려져 있지만 어떤 부분은 흐릿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며, 어떤 사람과는 깊게 이어져있는 반면 누군가는 아주 잠시 이어졌을 뿐 연락 조차 하지 않는 어느 인간관계를 생각할 수 있었.. [회고] 2024년 하반기 - 무용(無用)을 사랑하는 마음 들어가며 오랜만에 집에 오는 자식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고, 자식의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반찬을 투박하게 담으며, 눈 오는 날 안전히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을 맞으며 배웅하는 당신의 모습이 유독 선명히 보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챙겨줄 수 있을 때 챙겨주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던 당신의 모습에서 자식들에게 쓸모없는 사람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와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유용했던 당신의 젊음을 맞바꿔 타낸 졸업장을 당신 품에 안겨드리는 지금에서야 무용해지고 있다고 느낄지 모를 당신을 지켜야 할 차례가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이번 하반기는 유용한 존재로 남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당신을 닮은 형태로, 내가 속한 팀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회고] 2024년 상반기 - 등대가 되었던 사람 들어가며 평생을 미련하게 살아온 당신을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벽돌을 날랐던 탓인지 당신의 왼쪽 어깨는 주저앉았고, 미화원으로서 거리를 청소하기 위해 긴 시간을 무릎 닳도록 걸은 탓인지 당신은 다리를 절뚝여야 했습니다. 방 안 가득 퍼져 있는 코를 찌르는 당신의 파스향을 맡을 때에도 당신의 고단했던 하루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늦은 저녁 당신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 근처 벤치에 앉아있다는 간단한 상황만을 공유한 채 당신은 전화를 끊었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벤치 앞에 갔을 땐, 길을 걷다가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걷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움 없이는 걷지 못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자 손을 건넸습니다. 당신의 손을.. 새로운 공정함에 배려받지 못하는 그늘 해외에 나가게 되면 꼭 한 번은 맥도날드에 방문한다. 맥도날드에서는 나라별 시그니처 메뉴를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물가를 체감할 수 있어 공부 삼아 방문하곤 한다. 대만을 방문했을 때, 맥도날드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키오스크 사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주문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언어 설정에서 약간 헤매기는 했지만, 옆에 있던 직원이 친절하게 도와줬다. 주문한 햄버거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중, 한 어르신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봤다. 직원이 다가가 어르신을 대신해 메뉴를 주문했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책에서 봤던 문장이 머리에 맴돌았다. 편리의 반대편에는 온라인 예매로 인해 현금을 들고도 표를 구할 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자신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서라도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그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작게나마 용돈을 모으기 위해 새벽이면 항상 당신과 택배 상하차 일을 하곤 했다. 장마철의 영향 때문에 비가 퍼부어서 바지는 모두 젖은 상황에서도 트레일러에 있는 택배 상자를 모두 옮긴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약속된 택배 상자를 다 옮기고 집에 가는 길, 당신은 문득 입대를 해야겠다고 내게 말했다. 갑작스러운 당신의 선언에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당신에게 물었다. 그러자 당신은 조금이라도 빨리 제대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 그렇게 당신은 첫 휴가를 나왔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당신의 연락에 동네 작.. 어른이 된다면 드라마 속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어른이 된다면, 누군가의 뒷모습을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했던 그 다짐을 지금도 가끔 떠올리곤 한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지만 인생의 롤 모델이었던 당신이 그리울 때면 당신이 나왔던 작품들을 보곤 한다. 입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골든 타임'을 보면서 힘을 얻곤 했다. 입시 준비에 바빴지만 당신이 나온 드라마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봤던 드라마 덕분에 대학교 입시에 합격한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한 대학의 입시 구술 면접에 이런 질문이 나온 적이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문구가 나오며, 이런 문구가 뒤에 이어졌다. '당신은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이다. 당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티처스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다. 방송에서는 영어 점수가 11점인 학생이 69점으로 향상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방송을 보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부라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불현듯 떠올랐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반에 들어갔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한다. 중학생 때와는 다르게 반의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책을 꺼내서 공부하고 있었다. 이 친구들은 공부를 왜 할까? 생각했지만 친구들이 공부를 하건 말건, 나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수업은 잘 듣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 매점에 달려가서 빵을 사 먹거나 학교 끝나면 농구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걱정 없이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간고사를 봤고, 결과는 처참했다. 내 성..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기억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막차를 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친구였다. 낚시를 해서 회를 떠놨으니, 집으로 와서 회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내게 말했다. 개인적으론 계획에 없는 행동은 잘하지 않기에,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다고 둘러대며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다. 다시 연락이 왔다. 친구였다. 친구는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매운탕까지 끓여놨다고 했다.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잠시 발길을 친구의 집으로 돌렸다. 친구의 집에 도착했을 땐, 내가 모르는 다른 친구들이 자리에 있었다. 내 친구는 처음 보는 다른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줬다. '열심히 사는 친구이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고마운 소중한 친구'라고 나를 소개해줬다. 그러고 친구는 내게 소주 한 잔 따라주며 왜 이렇게 .. [회고] 2023년 하반기 - 미련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 들어가며 언제나 다정하게 가족 옆을 지킨, 환갑이 된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은 돈을 벌기 위해 왕복 5시간 거리를 출퇴근했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백화점 매대에서 소리 내어 이목을 끌어야 했고, 매대에 물품이 빠질 때면, 창고에서 물품을 꺼내와 채워 넣어야 했습니다.퇴근하고서는 밀린 집안일들을 해야 했고, 잠들기 전에는 파스를 이곳저곳 붙이며,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새벽같이 출근했습니다. 출근 전 당신은 늘 빼놓지 않고, 혼자 있어도 라면 끓여 먹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있으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자식이 밥을 굶을까 걱정된 탓인지 당신은 언제나 식탁 위에 반찬들을 올려두고 출근했습니다. 음식이 놓인 식탁 위에는 시간이 갈수록, 반찬 대신 당신이 복용해야 할 약이 늘어만 갑니다.. [회고] 2023년 상반기 - 친절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도록 들어가며가끔 당신으로부터 옛이야기를 듣습니다. 당신의 자식이 열이 끓어올라 병원에 가야 하는데, 당장 병원비가 없어 이웃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셨다는 이야기. 당신의 자식이 집에 친구들을 데려왔는데, 집이 너무나도 좁아 친구들의 표정이 좋지 못한데도 당신의 자식은 누구보다 밝게 웃고 있었다는 이야기. 누군가 당신의 자식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계란프라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까지. 당신은 늘 과거의 이야기를 모두 마무리 지을 때쯤이면, 어렵지만, 바르게 성장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고맙다는 이야기는 당신이 들어야 하는데, 당신은 늘 먼저 고맙다고 이야기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당신은 아무리 힘들어도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해 음식을 나..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