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 긴 여행의 끝

 

 

들어가며

긴 여행을 다녀온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 없던 제가 인문학 여행을 했다는 사실은 제게 큰 자랑거리였습니다. 여행을 다녀온다면,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명확한 정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명확함이 흐릿함으로 나아가는 건 한 순간이었습니다. 여행에 다녀오면, 인생의 정답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답답함만이 쌓여만 갔습니다. 여행을 끝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만이 풀어야 할 숙제처럼 머릿속에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이나마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인생의 명확한 미래가 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가고 있는 과정에서 비로소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의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은인을 만났습니다. 

 

이 글은 견딤을 통해 조금씩 인생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나름의 독백이며, 은인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노력의 과정입니다.

 

 

 

 

 

 

 

 

 

 

 

 

 

 

 

 

 


 

 

 

 

 

 

 

 

 

 

 

 

 

 

 

 

 

 

 

 

인생에서 부러운 사람

세상에는 많은 돈을 가진 사람도 있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들을 부러워할 수 있지만, 저는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인생을 걸만큼, 어떤 도전을 해봐야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매 순간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처리하면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여행을 다녀온 후, 나도 내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컴맹 수준인 제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인생을 걸고 공부하는 만큼 절박했습니다. 절박한 만큼, 기존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 때 내 곁을 지켜준 사람, 내 곁을 떠난 사람, 작은 도전의 성공을 기뻐해 준 사람과 작은 도전의 실패에 기뻐한 사람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도전하는 시간 동안, 새로운 공부를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누구도 만날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혹여나 주변 지인들에게 내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저는 여전히 실패자, 루저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초라한 인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스물여덟 살이 됐지만 남들처럼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독립하지 못하고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초라한 삶이 때론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공평한 삶 속에서 삶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당신을 존경하며

2년의 시간 동안 많은 점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인생에도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됐고, 옆에 같이 있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한 내 사람이 있으며, 돈 없어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으며, 내가 하는 일 모두를 응원하며, 지지해주고, 잘하지 못하는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나의 소중한 짝꿍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들이 최고라고 하는 것을 가지지 못해 자존감을 깎아내렸던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봅니다.

 

타인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아닌,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고민을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을 앞으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로소 나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누군가는 개똥철학이라고 할지라도, 내 인생만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신의 삶이 넉넉하지 못함에도, 삶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초라하다고 생각한 동생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펴보고, 삶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당신이 있기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염없이 걸으면서 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당신을 저는 응원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을 돌아보며, 아무 걱정 없이 스페인, 포르투갈, 안동을 돌아다녔던,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가끔 그때의 생각이 드는데, 함께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지방에 있는 작은 형까지 해서 함께 하는 그날을 기약하며. 큰형, 작은형의 안녕을 바랍니다. 인생의 숙제만 남겨온 줄만 알았던 2년 전의 여행이 이제야 비로소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주위를 둘러보라는 삶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2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기분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긴 여행을 떠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