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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투박하지만 낭만적인

 

들어가며

생일이 되면 어머니는 늘 94년 여름을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94년은 최악의 폭염이라고 불릴 만큼 더웠던 해였는데, 거짓말처럼 제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고 했습니다. 2022년의 여름도 94년과 비슷했습니다. 27일이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덕분에 잊고 지냈던 당신과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당신과의 함께한 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투박하지만 낭만적인

당신은 낭만적인 사람이었습니다. 8월 27일이 모두 지나갔을 때쯤이었을까요. 당신은 제게 집인 거 다 알고 있다며 빨리 나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편한 차림으로 나가니, 너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했다며 케이크를 술 먹으면서 같이 먹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바쁘다고 이야기하니 밤에 이렇게 먹는 것도 추억이라며 이야기하던 당신과 함께, 우린 동네 술집으로 갔습니다. 결국은 밤을 새워가며 서로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내 생일을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꼭 당신의 생일을 잘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당신에게 약속했습니다. 그 후로 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시간은 흘렀고, 그렇게 정작 중요한 당신의 생일을 한 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더위가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 날, 생일을 챙겨줬던 그때의 당신이 생각나, 당신에게 향했습니다. 

 

 

 

 

 

 

 


 

 

 

 

 

 

 

 

 

사랑 그렇게 보내네

당신 앞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당신을 찾아갔을 땐, 전에 본 적 없던 당신의 가족사진이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당신의 빈자리를 기술이 당신을 대신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생각나서 잠시라고 행복했습니다. 

 

 

 

 

 

 

하루라도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 앞에 서서 그땐 고마웠다고, 당신을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늦지 않게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매 해 생일이 될 때면 당신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투박하지만 낭만적이었던 당신이 제게 해 준 축하처럼, 저도 누군가의 생일을 그렇게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을 오늘도 이렇게 보냅니다.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면 매 번 당신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생일을 제대로 축하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당신에게 받은 고마움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늘 나의 작별 일지를 마무리합니다. 사랑 그렇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