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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배운 추상

 

들어가며 

서세옥 작가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보며, '추상이란 무엇인가' 고민한 흔적을 글로 적습니다. 

 

간혹 의미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작품을 볼 때면 이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 자리를 이동하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큰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자리를 이동하려 할 때 우연히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해 보시면 해당 작품이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라는 설명을 듣고 다시 작품을 바라보니 선을 통해 사람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과 선이 이어지며 어느 부분은 선명하게 그려져 있지만 어떤 부분은 흐릿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며, 어떤 사람과는 깊게 이어져있는 반면 누군가는 아주 잠시 이어졌을 뿐 연락 조차 하지 않는 어느 인간관계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문득, 선 하나 만으로 사람과, 인간관계를 표현하는 추상 미술을 보면서 추상이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개발을 하면서도 추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추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상의 재정의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처음 공부하면서, 추상이란 핵심적인 개념 또는 기능을 간추리는 방법이라고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 '사람들'이라는 작품은 사람,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개념을 간추린 그림이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생각했지만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관점에서 고민이 들었습니다.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할 때 ebs 강의를 통해 추상의 개념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진달래, 개나리, 벚꽃, 해바라기, 코스모스는 모두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 꽃이지만, 개별적인 특성을 제거하고 떼어버리면 이들의 공통점인 꽃이 남습니다.

 

추상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 abstractus에서 온 것처럼, 각기 다른 개별 특성을 지닌 대상에서 공통된 '꽃'이라는 본질만을 남기는 과정을 추상이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즉, 무언가를 제거하거나 떼어버리면서 개별적인 무언가를 일반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추상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행위와 과정

확대 해석을 하자면, 추상을 단순히 핵심적인 개념을 간추리는 어떤 '행위'로 보았다면, 이제는 개별적인 것에서 특성을 제거하여 일반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행위는 단일하고 구체적인 행동이라면, 과정은 여러 행위가 모여 이루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입니다. 단순히 진달래나 개나리를 '꽃'으로 보는 '행위'보다, 무엇을 제거하고 어떻게 일반화를 진행하여 '꽃'이라는 일반적인 형태를 도출할 것인가 하는 '과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에서의 추상화는 예술가가 무엇을 더 보아낼 수 있고, 무엇을 더 전하고 싶은지, 무엇을 더 설명하고 싶은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처럼 개발에서의 추상화도 다른 개발자가 코드를 봤을 때 무엇을 더 보아내게 만들 것인지, 코드의 동작 방식을 어떻게 일반적인 형태로 설명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추상의 필요

기존에는 추상화를 '핵심적인 개념 또는 기능을 간추려서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개념의 모음으로만 이해했지만, 이제는 다른 개발자가 코드를 봤을 때 전체적인 흐름과 개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 재정의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개발을 할 때 어느 정도 추상화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듭니다.

 

위의 밀레와 모네, 파울 클레의 작품을 보면, 밀레의 작품보다 모네의 작품이 덜 사실적으로 그려졌고, 모네의 작품보다 파울 클레의 작품이 덜 사실적으로 그려졌습니다. 미술 작품에서 밀레, 모네, 파울 클레의 그림처럼 추상의 정도에도 단계가 있듯, 개발에서도 어느 정도까지 추상화를 진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료 개발자가 내가 구현한 구현체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 와 같이, 어느 정도의 단계까지 코드를 추상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부분이라, 나름대로 답을 정의 내릴 수 있다면, 정리해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마치며

개발을 하면서, 널리 쓰이는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가에 대해 고찰합니다. 추상을 고민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의 뜻을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다시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에서 특정 개념을 배울 수 있다면 글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링크

 

▣ 산정(山丁) 서세옥 (Suh SeOk)의 작품 세계와 그림 가격

스승과 벗과 제자가 있으면 가짜다 서세옥(1929년~ )은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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